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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솔직 담백 리뷰

jjinbobae 2024. 3.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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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봄날 위로가 되었던 ‘Past Lives 패스트 라이브즈

 

봄 날씨가 참 우울하게 만든다.

따뜻하고 생명력이 샘솟을 것만 같은 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과 다르게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하고 향방 없는 봄바람처럼 지면에서 붕 떠있는 것 같은 불안함.

시간이 좀 지나면 이런 기분이 떨쳐질 거란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 시간이란 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서...

뭔가 몰입할 거기를 찾아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딱 내 취향일 것 같은 영화가 개봉을 했다

나를 위해서? 이맘때 개봉해 준 영화가 참 고맙다 생각하며

예매를 했다

 

*이미지출처: 구글 패스트 라이브즈

 

36일에 개봉했으니 비교적 따끈따끈한 시기에 보다니 러키하다

물론 평일 오전 그것도 월요일이라 나포함 관객수는 9? 많이 적었지만

마니아 층이 더러 극장을 찾아 줄 거 같은 예감

 

한마디로 <비포 선라이즈>의 한국인버전이라고 할까

어린 시절 첫사랑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게 된다는 흔한 스토리지만

매력적인 두 주인공과 모노톤의 잔잔한 배경 상황과 분위기를 잘 맞춘 아름다운 음악이

두 사람의 특별하면서도 지난한 인연에 깊이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영화 패스트라이브즈

Past Lives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개봉: 202436

 

러닝타임:105 분제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OSCARS) 작품상 & 각본상 노미네이트!

전 세계 72관왕 212개 노미네이트!

셀린 송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

 

 

신인 감독이고 한국인이라는 것만 알았지 데뷔작인 줄 몰랐는데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플롯과 구성이어서 알고 난 후 더 멋진 감독이라고 느껴짐

앞으로 이 감독의 영화를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2024년 첫 연출작 <<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전 세계 아시아계 여성 감독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상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건

아카데미 96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영화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킬만하다는 생각.

 

*이미지출처: 구글 패스트 라이브즈

 

첫 도입부터 인상적이었는데, (감독님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몇 장면 중에 첫 번째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을 도입부로 가져와 칵테일 바에 앉은 세 사람, 즉 주인공들을 제 3자의 시선으로

 

저 세 명은 어떤 사이 같아? 동양인과 동양인이 사랑하는 사이 같은데...”

아니 동양인과 서양남자가 부부사이인가...”(대사 정확도 확신 못함, 기억력이 친절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제 3자의 대화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면

과연 어떤 사이일까

그러면서 과거 초등학교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영화의 제목은 <패스트 라이브즈> 전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극 중에서 여주인공의 내레이션에서처럼 인연에 얽힌 첫사랑 이야기,

그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의 모양과 의미를 다루는 내용이다.

 

욕심 많고 꿈이 크고 확실하고 자유분방한 나영

평범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평범하게 사는 지극히 한국적인 남자 해성

그 나이에 사랑의 감정까지는 좀 과하다 할 수는 있지만 호감 가득한 친구였던 12살의 나영과 해성

 

나영이 이민을 가면서 첫 이별을 맞이하고

그리고 12년 후 SNS를 통해서 나영을 찾은 해성

그리고 잠깐의 이별이 될 줄 알았지만 야속하게 흘러버린 12년의 세월

이미 7년 전에 결혼을 하고 뉴욕에서 살고 있는 나영을 찾아가는 해성

뉴욕에서 나영과 해성이 재회 장면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진짜 24년 만에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 밖에 말이 나오지 않을까

정말.... 그럴 것 같았다......

(감독님의 연출력 돋보이는 두 번째 장면)

운명에 의해 엇갈린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방치한 엇갈림이지만 그 끈을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안타까워 짠하면서도 답답하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이 갔다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할 인연이 있는가 하면

만나서 사랑하고 그리워만 하는 인연도 있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는 것

 

*이미지출처: 구글 패스트 라이브즈

 

마지막에 해성과 나영이 택시를 기다리며 마주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그 몇 분의(2분이라고 들었다) 시간이

하아...

포옹했으니 키스도 하려나... 같이 택시를 타려나... 아님 그냥 가려나... 무슨 말이라도 해.... 다시 시작하자고 해...

아... 그럼.. 이런 결말은 아니지.... 여러 가지 결말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는 ㅋㅋㅋ 의미 없다...

아무튼 그 시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참 길게 느껴진 건 사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감독님도 관객들의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주길 원했겠지 싶다.

분명히 이별할 건 알지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너무 극적이지도 않게 진짜 현실 이별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신 감독님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세 번째 장면이다.

 

해성이 만약 현재의 이 모습이 전생이라면 다음 생에 우린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까..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니... 아니 ‘아쉬운 인연

겉으론 살짝 눈물짓게 했고 안으론 깊숙이 마음을 후벼 팠다.

그대로 이별해서 참 아름다웠지만 역시 이별은 가혹하다 ㅠㅠ

 

만약 채팅하던 대학시절 서로 만났으면 두 사람의 인연은 또 어떤 모양으로 흘러갔을까

그랬다면 패스트 라이브즈라는 로맨틱한 영화를 만나지 못했을 거니 그 아쉬움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버려버려......

미련 때문에 울고 말면 안 되니

 

남녀 주인공의 과하지 않은 섬세한 감정선이 좋았고

아름다운 풍경, 사이사이 지루하지 않은 뉴욕의 도시 느낌

특히 전통적인 유교보이라면 둘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을 법한 나영의 남편,

미하엘의 질투를 누른 배려심

참 인상적이고 좋은 관계의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남편과 나영의 관계)

 

가끔 남자주인공 원래 영어를 잘하는 걸 알다 보니 오히려 영어를 못하는 컨셉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을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말 연기가 좀 어색한 면도 있었는데 표정이나 감정이 느껴져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나영을 배려해서 일부러 천천히 말해주려는 컨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은 찬란하게 슬픈 건 사실이다

덕분에 호르몬 노예로 우울했던 나도 일상의 안정과 행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영화

n회차로 보게 될 거 같은 예감이다.